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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센코 지음 장정렬 번역
나무꾼과 선녀
-한국동화-
1. 산의 정령
사람들은 한국을 아침의 나라라고 한다. 그리고 실로, 이 나라는 우리가 사는 위대한 지구 상의 아름다운 한 모퉁이이다. 이 나라의 기후는 신선하고, 활기차게 하고, 건강에도 좋다.
이 나라의 풍광은 매력적이고, 꿈을 꾸게 만든다. 어디에나 크고 작은 계곡이 있고, 크고 작은 산이 있다. 이 나라는 거의 사방이 따뜻한 바다로 에워싸 있다. 산마다에는 땅에서 하늘을 비추어 볼 수 있는 크고 작은 호수들이 있고, 그 호수들은 우울한 생각에 잠긴 원시림들로 둘러 싸여있다.
한국인들은 자신의 아침의 나라를 깊이 사랑하고 있고, 한 때 하늘에 사는 천인(天人)들도, 특히 선녀들도 이 나라를 사랑했다.
선녀들은 하늘에서 울창한 숲이 있는 호수가로 날아 내려와, 자신의 날개옷을 벗어놓고, 수정처럼 맑은 물에 목욕하면서, 크다란 호수거울에 아름다운 자신들의 모습을 비추어 보고는 부끄러워 하면서도 경탄에 마지 않았다.
선녀들은 이 죄 많은 땅에서 천국 같은 즐거움으로 그렇게 쉬고 나면, 다시 하늘의 아름다움을 거울에 비춰 보려고 다시 하늘로 올라 갔다.
그 아침의 나라 호수들 중에 가장 아름다운 호수는 가장 높은 산에,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고, 죄많은 땅에선 가장 먼 곳에 위치했다. 이 산의 기슭에는 어느 작은 오두막에 가난한 나뭇꾼이 살고 있었다. 그 나뭇꾼은 아주 젊었으나, 가난으로 인해 그의 마음은 이미 늙어 버렸고, 가난으로 인해 그는 우울하고 불행하게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 나뭇꾼은 자신의 오두막집 문턱에 앉아, 아침의 나라의 청명한 하늘을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갑자기 사냥을 알리는 뿔소리를 듣게 되었고, 사냥개들이 짖어대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숲에서 갑자기 우아한 사슴 한 마리가 뛰쳐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사슴은 이미 상처를 입어, 공포로 심하게 떨고 있었다. 그 사슴은 젊은 나뭇꾼 앞으로 달려 와, 인간의 언어로 인간의 목소리로 그에게 긴급한 도움을 요청했다.
“청년이여, 저를 불쌍히 여기시고, 저를 좀 구해 주십시오. 저를 뒤쫒아 오는 사냥꾼들과 사냥개들이 저를 찾지 못하도록 저를 좀 숨겨 주십시오!”
“저 오두막 안으로 들어 가게!” 그 사람은 그렇게 말하며 사슴에게 길을 열어 주었다.
그 사슴이 그 오두막 안으로 뛰어 들자, 곧 문이 닫혔다. 그 청년은 다시 그 문턱에 앉아 있었고, 사냥개들과 함께 숲에서 뛰어 오는 사냥꾼들을 무관심한 듯이 바라보았다.
“말해 주게,” 사냥꾼들은 저 멀리서 그에게 큰 소리로 물어 왔다. “상처를 입은 사슴이 어디로 뛰어 갔는지?”
그 청년은 말없이 제 손으로 어느 방향을 가리켰다. 그 사냥꾼들은 그 청년이 지시한 쪽으로 달려 가고는, 이제 더 이상 돌아오지 않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그 청년은 오두막의 문을 열고 말했다.
“이젠 안전하게 되었단다.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려무나.”
“제가 뛰어 달아나기 전에, 청년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어요.” 그 사슴은 말했다. “저를 구해준 대가로 뭘 받고 싶은지 말해 주세요. 부자가 되고 싶은가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싶은가요? 아니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움인가요?”
그 말에 깜짝 놀란 그 가난한 청년은 한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마침내 말했다.
“나는 혼자이기에 부자가 될 필요는 없다오. 나는 평화를 사랑하니, 나는 특별한 힘을 갖고 싶지도 않아요. 내가 깊은 숲 속에 사니, 무슨 아름다움이 필요하겠어요? 나는 오직 충실한 친구 한 사람 있었으면 하고 언제나 꿈꾸긴 했다오.”
이제 그 사슴은 한참 생각을 하고 난 뒤, 말했다:
“친구를 사귀기도 이미 어려운데, 더구나 충실한 친구를 한 사람 사귄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도, 청년이여, 당신은 아침에 저희가 사는 산으로 와, 저희 산의 호수 인근의 키 작은 수풀들 속에 몸을 잘 숨겨 보세요. 그러면, 그 호수로 선녀들이 날아 내려 와 목욕하러 올 거예요: 아마 그들 중에 당신에게 맞는 여자 친구를 선택할 수 있을 거예요.”
그 말을 남기고는 곧 사슴은 곧장 사라지고는, 황혼의 환상처럼 녹아들어 버렸다. 그리고 그 나뭇꾼은 그 사슴이 필시 그 산의 위대한 정령일 것으로 추측했다.
2.충실한 친구
다음날 아침 그 나무꾼은 산에 올라, 그 사슴이 말해 준 호수의 가장자리의 수풀 속에 자신의 몸을 숨기고 기다렸다.
그러자 이제 선녀들이 호숫가로 날아 내려왔다; 한 사람이 아니다. 두 사람이 아니다. 셋 도 아니다. 수 백 명이다! 그 선녀들은 우선 목욕부터 하고는, 물 속에서 요란스럽게 장난도 쳤다. 이제 그들은 웃기도 하고 헤엄치기도 하고, 이제 그들은 노래부르며 자맥질도 하고, 이제 그들은 호수가의 바위들 위에 평화로이 앉아 쉬기도 하고, 조용히 반짝이는 큰 호수 거울에 비친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을 보며 경탄하기도 한다; 나중에 그들은 다시 놀기도, 춤추기도, 노래부르기도 하며, 웃기도, 다시 앉기도 하고, 조용히 있기도 하고, 휴식하기도 한다. 모든 선녀들이 아름답고, 모두가 정말 우아한 모습이었지만, 그 선녀들 중 하나가 그 청년에겐 다른 선녀들보다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고도 우아하게 보였다. 그 모습에 마음을 뺏긴 그 청년은 그 출중한 미녀의 날개옷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 그 옷을 집어 들고는, 그 날개옷을 나이 많은 소나무의 움푹 파진 곳에 몰래 숨기려고 숲 속으로 몸을 숨겼다.
그런데 이제 하늘은 해를 통해 이젠 하늘의 천국으로 올라 올 시간이라고 알렸다. 그 선녀들은 얼른 자신들의 날개옷을 찾아 입고는 날아 갈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그 선녀들 중 하나만, 벌거벗은 모습으로 울면서 자신의 날개옷을 찾고만 있었다. 하늘이 다시 신호를 보내자, 함께 슬픔을 나누던 선녀들은 하늘로 날아 갔다. 하늘의 선녀들 중에서 가장 우아한 선녀는 그만 땅에 쓰러진 채 희망을 잃고는 큰 소리로 울었다.
그 홀로 남은 선녀에게 그 땅에 사는 청년이 다가 와, 그 선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면서 그 선녀에게 이 땅의 여자들이 입는 간편한 의복들을 주며, 그 선녀를 자신의 오두막집에서 집안 일을 해주었으면 하고, 또 언제나 자신의 영원한 여자친구이자 아내로 있어 주었으면 하고 청했다. 그 선녀는 그 호의적 제안에 동의하는 것 이외의 다른 선택은 할 수 없었고, 그녀는 여자친구이자 아내로서의 땅에서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곧 땅의 일에 익숙해 졌고, 더구나 그 아침의 나라는 그 하늘나라에서 그렇게 너무 떨어진 채, 아래에 있는 것도 아니니. 큰 원시림의 향기로운 산들바람과, 그 바람소리의 불명확한 웅성거림, 너무 명확히 들리는 뻐꾹새 소리, 그 산의 서늘한 매력들, 그 호수의 빛나는 큰 거울이 이제 그 선녀에게 하늘의 즐거움을 대신해 주었다. 그 선녀가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오두막집은 이제 완전히 천국과 같았다. 하지만, 그 선녀는 인간의 옷을 아무래도 허용할 수 없었다. 인간들의 색깔들은 그렇게 나쁘고, 그렇게 지겨울 정도로 단색이라, 선녀는 언제나 남편에게 적어도 한 번만이라도 자신이 입었던 무지개 색의 날개옷을 입어 보았으면 하고 간청했다. 그녀는 자신의 남편이 그 옷을 몰래 숨겼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재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 남편은 그 일을 부인했지만, 그 남편이 부인하자 이는 더욱 긍정과도 비슷했다.
한 번은 그 나뭇꾼이 넓은 숲에서 지난 번의 사슴을 만나, 그 사슴에게 자신의 아내가 언제나 간청하는 이야기를 하며 의논했다.
“당신이 세 명의 아이를 가질 때까지 그 옷을 그 선녀에게 보여주지 마세요.“ 그 사슴은 조언을 해 주었다.
그 나뭇꾼은 그 조언에 대해 사슴에게 고맙다고 말하였고, 그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이전처럼 계속되었다.
곧 그 선녀는 그 나무꾼에게 첫 아이를 낳아 주었고, 일년 뒤에 또 다른 한 아이를 낳았다. 이제 어머니가 된 선녀는 자신의 아이들을 끔찍이도 사랑했고, 그들을 귀여워했다. 또 한 때 그 선녀가 온 가족을 위해 모든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제공해 왔던 남편에 대한 자신의 관심을 둔 것보다도 더 많이. 그런데, 그 선녀가 이젠 병을 얻게 되었다. 또 식욕도 잃었고, 슬퍼했고, 하늘을 그리워하였다. 그러자 그 남편에겐 걱정이 생겼다.
“무엇 때문에 당신은 슬퍼하는가요, 당신이 원하는 것이 뭔가요?”
그리고 그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제게 무지개빛 날개옷을 한 번 보여주세요.”
그 나뭇꾼은 생각에 잠겼다: “저 아내에겐 이미 두 명의 아이가 있으니, 저 아내는 이제 결코 저 아이들을 내버려두고 떠나 가진 않을거야.” 그리고 그는 그 선녀에게 선녀로서 입었던 날개옷을 가져다 주었다.
그 아내는 고마움에 살짝 웃고는, 기쁨으로 웃었다. 그 선녀는 서둘러 그 날개옷으로 갈아 입고는, 오른손엔 한 아이를, 왼손엔 다른 한 아이를 안아, 그 둘을 제 품에 안고서, 또, 이 일로 그 깜짝 놀란 남편을 향해서는 <안녕!>이라고 말하며 하늘로 날아 가 버렸다.
이제 그 젊은 나뭇꾼은 슬픔에 잠기고 그리움에 사무치게 되었다. 이젠 그에겐 인생도 차마 지탱하기조차 힘들 정도가 되어 버렸다. 그 때서야 그는 지난 번 그 사슴이 말해 준 경고, 즉 그 아내가 세 명의 아이를 가지면 그 세 명을 모두 한 번에 데리고 갈 수 없을 것이고, 그러니 그 선녀는 이 땅에서 영원히 살아야만 했었다는 경고가 생각났다. 이젠 그런 행복은 날아 가버렸다!
그 때, 갑자기 그 사슴이 나타났다. 그 사슴은 책망하듯이 자신의 뿔을 흔들었고, 그 나뭇꾼은 하염없이 울기만 하였다.
“울만도 해요.” 그 사슴이 말한다. “아무 눈물도 이젠 도움이 되지 못할 거예요. 우리가 아무리 애써도 그 선녀를 다시 이 땅으로 오게 하지 못할 거예요. 그러나 우리는 다른 방법을 찾아 봅시다. 우선 그 호수로 가서 그곳에서 정오까지 기다려 보세요. 매일, 바로 정오 시각에는, 하늘에서부터 그 호수의 물을 길어 가기 위해 큰 금동이가 내려 옵니다: 천인들은 다른 물은 절대 마시지 않지요. 그리고 만약 당신이 용기가 있다면, 그 큰 물동이 안에 들어 가, 그것을 타고서 하늘나라로 가보세요.”
날은 아름다웠고, 푸른 하늘은 맑았고,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서 그 호수 곁에서 그 나무꾼은 우울하게 앉아 있었다. 그리고 곧 바로 정오가 되자, 하늘에서부터 큰 금동이가 내려 왔다. 그 금동이는 네 개의 은사슬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 나무꾼은 얼른 그 거울 같은 호수에 뛰어들어, 온전히 옷을 입은 채 그 호수 중앙으로 헤엄쳤다. 왜냐하면, 땅에서 온 그가 천인들을 만나면서 옷을 벗은 채로 나타난다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 그 금동이는 그 큰 거울 표면을 건드리더니, 물 속에 잠기고는, 아주 맑은 물을 가득 싣고는 물 위로 떠올랐다. 그 바로 그 순간 그 나뭇꾼은 그 큰 금동이로 뛰어 들어 가서는, 두 눈을 감은 채, 어지러움을 느끼지 않기 위해 머리를 하늘로 향한 채 그 금동이를 타고 하늘로 올라 갔다.
그 뒤 아무도 그 나무꾼을 본 사람은 없었다. 한국인들은 그 나무꾼이 하늘에서 자신의 가족을 만나 그 식구들과 함께 그 천국에서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아 간 것으로 믿고 싶고, 믿고 있다.
그러나, 그 때 이후로는 그 큰 금동이는 이젠 더 이상 그 수정같이 깨끗한 물을 길러 가려고 저 빛나는 산의 거울의 물을 길러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다.
또 그 천인들은 이젠 두 번 다시 그 아침의 나라, 가장 아름다운 산의 숲 속에서 가장 놀라운 호수들이 있는 땅으로 내려 와 목욕하려고 땅으로 내려올 용기를 내지 못했다.(*)
⇒ 작품소개 및 출전:
이 동화는 에로센코가 1952년 4월 9일-16일 사이에 지은 작품이다.
하늘의 선녀와 지상의 나무꾼에 대한 동화와 비슷한 것들을 한민족은 민담으로 여러 형태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에스페란토판으로도
1. 목동과 선녀(Pas^isto kaj Feino),1990년 중국에스페란토연맹에서 발간한 <중국민담>에서도 똑같은 제목을 볼 수 있다. 이 글은 중국 북동부에 사는 조선족의 이야기에 따른 것이고.
2. ‘나뭇군과 선녀(Arbohakisto kaj C^ielfeino)는
일본인들도 하늘의 선녀에 대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나, 일본의 영웅인 그 어부는 하늘나라로 그 선녀를 따라 가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 오오사까에 거주하는 김철부씨는 우리가 제시한 질문에 대해, 한국민담에는 선녀에 대한 이야기들이 몇 가지 변형된 형태로 되어 있다고 답했으며, 그는 나에게(편집자) 에로센코의 것과 아주 유사한 것 하나를 알려 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에로센코의 작품이 한국민담에 따라 저술되었다고 보고 있다.
어느 자료에도 그가 한국을 한 번 방문한 적이 있다거나, 일본에서 한국인들을 친구로 사귀었다고 나타나 있지 않다. 그러나 최근 김철부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굴했다고 한다:
1921년 에로센코가 상하이에 머무는 동안 일단의 한국에스페란티스토들과의 교류가 있었다며, 그들 중 한 명이 박헌영이라고 한다.
(편자주: 이에 대해선 1992-93년에 걸친
우리는 에로센코가 당시 일본의 압제 하에 있던 한국사람들의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주의깊게 들었으리라 짐작하고, 30년이 지난 뒤에도 그 친구들을 회상하며 이 작품을 썼으리라 추측한다.
우리는 에로센코가 수년 간 일본에 머물면서, 수많은 작품을 자신이 완벽하게 구사한 일본어로 썼지만, 에로센코는 자신이 죽음의 병상에서 일본인들을 위한 동화가 아니라, 그가 당시 일제하에서 고통스럽게 지낸 한국인들을 위한 동화를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필시 에로센코는 고통받고 있는 한국 에스페란티스토들에 대한 좋은 기억과 그들에 대한 동정을 평소에 지니고 있었을 것이다.
1924년 한국의 권위있는 신문인 동아일보는 에스페란토 칼럼 난을 개설해, 1923년 상해에서 발간된 <어느 한 외로운 영혼의 한숨>에서 에로센코의 동화인 <세계평화의 날>을 소개했다. 당시 그 박헌영은 그 칼럼의 기고자들 중 한사람이었다.)






